<더듬이, 주름, 마디 ・ Antennae, Wrinkles, and Measures> 
Yujin Lee Solo Exhibition
갤러리 더플럭스
2024.2.13 - 2024.2.18
“물결표(~)”는 태생 연도와 죽음 연도의 사이를 이어준다. 누군가에 의해 기록된 수많은 생명의 물결표를 보고 있자면 그 한 번의 생이 잔잔했을지 요동쳤을지 감히 상상할 수가 없어서 허망하면서도 겸허해진다. 우리는 모두 뜻밖에 세상에 내던져졌기에 주어진 허물과 알맹이를 갖고 어떻게든 물살을 타고 나아가야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삶을 통과하는 현재의 내가 겸연쩍게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더듬더듬 동지를 찾아
세월의 주름을 함께 견디어
지금, 이곳의 마디에 충실하자.
  〈마음씨 -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연작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마음의 씨앗으로 삼아 각 화분에 심고 싶은 바람에서 출발했다. 어린이 성장 만화에는 선의 진영에 사랑, 우정, 용기 등을 상징하는 문장을 부여하거나 주인공 무리가 깨달음을 얻는 결과로 끝을 맺곤 한다. 그러나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현실에서 이들을 온전히 발아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뻔한 가치들을 구태여 실물로 만들고 명명한 이유는 내 주변을 돌아보기 위함이었다. 단어로부터 오는 막연한 오해를 막고자 내게 도움을 준 책의 구절과 영화 속 대사를 함께 소개해본다.
  〈매개자〉연작은 여러 마리의 상상 속 개체가 서로 이끌려 맞닿거나 피하거나 기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포착한 회화 연작이다. 어떠한 범주에도 속하지 않은 하이브리드의 모습을 띤 생물은 서로 다른 생활권의 경계를 넘나들며 포자를 퍼뜨리거나 체액을 뿜어 각자의 흔적을 남긴다. 어쩔 수 없는 불편함과 낯섦의 단계를 거쳐 다양한 생김새를 수용하는 공존의 장면을 기록했다.
  〈꽃상여〉는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남겨진 자의 자리를 상상한 그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가 되어 떠다니고 있을 존재들은 또 다른 생명체를 이루어 우리 주변에 스며든다.
_이유진(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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